한라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하늘빛이 넉넉히 퍼지는 양지에 제주도립미술관이 들어섰다. 단순하고 절제된 입면 형태는 주변 지형과 조응하면서 제주의 자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제주의 하늘빛, 계절마다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한라산, 들판에 흐드러진 유채꽃과 바람결에 굼실대는 억새의 물결.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의 비경도 이곳에선 근사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감상하게 하는 열린 프레임이며, 예술 작품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기꺼이 배경이 된 건축물이다.